김정민 형님.. 그리고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
1992년 12월 22일에는 마지막 대입 학력고사가 있었다. 12월 30일쯤 전화로 합격 확인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그 후 무슨 바람이 났는지 동생과 동대문 운동장에 가서 배회하다가(뭐하러 갔는지는 죽어도 생각이 안 난다. 옷이라도 사러 간 건지..) 길거리표 해적 테이프 두 개를 구입하게 된다. 하나는 그 종적이 기억나지 않고 또 하나는 현재까지 가지고 있다.
한국공륜위작품심의필이라는데 말그대로 뻥일 것 같고...
7번 트랙인 '모두 잠든 후에'가 끝나면 테이프가 잠들어야 하는데 한 곡이 더 들어 있었다. 당연히 무슨 곡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문제는 들으면 들을수록 테이프 면상에 적힌 7곡보다 좋았다는 거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 곡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93년 말인지 94년 초인지는 모르지만 신문 기사에서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라는 노래 제목을 보게 된다. 바로 눈이 번쩍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 노래의 가사였기 때문이었고 나는 처음으로 '김정민'이라는 이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래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마음에 자리 잡을 때 즈음 군대에 끌려 가게 된다. 군대 가기 직전에 김정민 형님과 동명인 여자 선배에게 생일 선물로 '김정민 1집' 테이프를 선물해 주고 나는 1집 CD를 구입만 한 채로.
지금은 안 간 지가 너무 오래 돼서 영등포역 지하 상가 길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모르지만 그곳의 어느 레코드점에서 구입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보존되어 있다.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 외에도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와 '지난 날의 그대로', '나를 잊어줘', '소중한 기억'을 즐겨 들었는데 지금은 꽤 유명한 '하해룡/고성진' 콤비를 처음 본 것도 이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잊어줘'를 매우 좋아했다.
다만 내가 CD에서 들은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는 저 해적 테이프에서 들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템포가 살짝 빨라졌고 형님의 음색도 무언가 더 정제된 느낌이랄까? 지금은 집에 카세트가 없어서 들을 수가 없고 그 수많은 영상이 있다는 유튜브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 첫 본이 실은 MBC 드라마 '4일간의 사랑'의 삽입곡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위 영상의 21분 21초를 보면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의 첫 버전(?)의 일부를 들을 수 있다. 지금 정민 형님 본인에게 그 본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꼭 얻고 싶은 노래이다.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는 힘들다면 힘들었던 군대 이등병 시절을 견디게 해주었던 노래이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가요톱텐에서 형님이 나오면 항상 몇 위까지 올라가는지를 보는 것이 낙이었기도 했다. 아쉽게도 10위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그리고 잊고 지냈던 이 형님은 95년 여름 경에 '일밤'(분명히 일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에 어느 한 노래를 가지고 다시 나타난다. 정말, 진짜 정말 한 방에 꽂힌 그 노래
'우리 사랑을 위해'
그리고 이 형님은 그야말로 제대로 떠 버렸다. 김정민 형님의 팬들은 저 '우리 사랑을 위해'가 지금의 어떤 노래를 가리키는지 잘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형님의 2집은 가사집이 없는 첫 버전으로 구입해서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우리 사랑을 위해'보다는 부제가 훨씬 멋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왜인지 사라져 버린 원제목이 애틋하기도 하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이 CD버전의 '슬픈 언약식'과 이후에 다시 녹음한 듯한 '슬픈 언약식'은 '너를 내게 주려고 날 혼자 둔 거야'에서 '혼자 둔 거야'의 음처리가 약간 다르다.
이 형님의 CD는 3집까지 구입했는데 3집은 어떤 일로 인해 CD자켓을 강탈당해 CD케이스와 CD만 남아 있어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정상에서'가 이런 저런 이유로 히트를 크게 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했었고(형님이 눈을 너무 부라려서 보기 부담ㅅ..) 지금까지도 소소하지만 응원하고 좋아하는 팬(이라고 하기엔 좀 부끄러운)으로 남아 있다. 음... 처음에는 그냥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를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글이 산으로 가버ㄹ..
앞으로 자주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고 기분 좋게 응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