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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관련

키크론 K15 PRO, Q10 MAX

by viperHBK 2024. 9. 8.

집에서는 MS의 스컬프트 어고노믹 데스크탑을 쓰고 있었고 직장에서는 노트북의 키보드를 쓰고 있었는데 친구가 언젠가 알려준 키크론의 제품들을 보고 있다가 - 실은 인체공학 키보드가 아니면 보지 않는데 그 앨리스 배열이라는 것들은 좌우 분리만 있고 가운데가 올라오지 않아서 썩 내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 로우 프로파일 모델인 K15 Pro를 구입해서 직장에서 써 보게 된다.

바나나축 제품이었고 처음 올 때는 이것을 청축으로 바꿀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다만 여차저차해서 당초 구입한 제품이 먹통이 되어 교품을 받아 바나나축 그대로 지금껏 쓰고 있다. 처음에는 밍숭맹숭한 느낌이었는데 치다 보니까 꽤 괜찮아서.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했던 것은 사진의 배열을 왜 '앨리스'라 칭하는 것이냐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주력으로 쓰는 컴퓨터의 키보드는 모두 좌우 구분되고 가운데가 올라온 인체공학 디자인이었고 영어 좀 쓰면 '어고노믹 디자인'이란 말을 써왔던 것으로 아는데 인체공학 배열과는 어떤 형태로도 연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여성 이름'이 왜 여기에 붙어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앨리스 배열'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고 해외에서도 Alice layout이란 말을 쓰고 있으니 이젠 용어화 되었다고 보이는데 기실 '앨리스'는 배열의 이름이 아니라 제품의 이름이다. 

사진은 yuktsi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인 'TGR Alice'이며 사진에서 보다시피 기능키와 방향키가 없다. 또한 이 제품은 그 어떤 참고 자료도 없는 독자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EM7이라는 제품의 디자인을 참고한 제품이다.

yuktsi 본인이 EM7의 디자인을 참고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About TGR-Alice
The layout of Alice is based on the EM7. I was lucky to own the very first few EM7s. It has a layout that requires almost no effort to adapt, yet so comfortable to type on. Switching between the EM7 and other conventional keyboard was never an issue to me.

아마도 누군가가 TGR Alice를 보면서 제품의 배열을 '앨리스 배열'이라고 언급하게 되고 그것을 그대로 사람들이 인용해 쓰면서 일반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참고로 제품 이름을 보면 TGR Jane', 'TGR Lena' 이런 식이다. Lena의 경우도 Alice와 기본키 배열은 같고 몇몇 키가 더 있다. 

TGR Alice처럼 기능키, 방향키가 없으면 나는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75%를 선택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한다. 윈도우를 쓰기엔 75%가 딱인 듯.

그럼 이것을 '인체공학'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하면 '어느 정도만'이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키만 양쪽으로 가르고 그걸 살짝 틀어서 '평면'에 배열하는 건 긴 시간 타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겪어 봤기 때문이다. 한 때 MS가 밀었던 디자인인 컴포트 커브 디자인이 지금 '앨리스 배열'이라고 하는 디자인과 일반 키 타건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컴포트 커브 디자인이 인체공학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긴 문서 작업을 한 번 제대로 해보고 몸소 깨달은 후 다시 전통적인 MS의 내추럴 키보드로 돌아가 버린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

로우 프로파일과 노멀 프로파일의 키감이 다르다고 해서 Q10 MAX까지 들이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내 주력 PC의 입력을 담당했던 MS의 키보드 마우스는 이제 안녕하였다. 버렸다기보다는 '고이 모심'에 가깝다고나 할까. 박스에 다시 넣은 녀석과 아예 봉인 스티커에 칼도 안 댄 신품이 따로 있다. MS가 입력기기 사업 접었다고 해서 여분으로 구해 뒀다.

오랜 시간 낮은 키캡만 써서 적응하는 데에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별로 그렇지 않았고 금방 적응하였다. 타건감은 대만족. 누르는 느낌과 소리에 그만한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키보드는 단순히 입력만 되면 되지라는 관점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으나 다 관심따라 투자하는 곳이 다른 거니까.
MS의 내추럴 키보드처럼 가운데가 올라온 것이었으면 더 없어 좋았겠지만 이제 개인적으로 장시간 타이핑할 일이 없어서 키감 좋은 컴포트 커브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면 그뿐. K15 Pro나 Q10 MAX나 둘 다 괜찮아서 두드리는 만족감에 컴퓨터 건드리는 맛은 당분간 좋을 듯하다.

국내 가격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나 귀찮아서 무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