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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

국내에 출간되었던 WWF 매거진

by viperHBK 2020. 1. 26.

물건이 잘 보관되는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이런 경우가 있다. 한때 열광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가 시들해졌는데 그로 인한 무관심과 거기에 약간의 게으름이 더해져 기적적으로 유물이 되어 살아남는 경우. 내게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좀 있는데 이 포스팅의 주인공인 WWE가 아닌 WWF 매거진도 그런 경우다. 내가 아는 한 국내에 발간되었던 것은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몇 권 안된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당시 WWF 코리아라는 곳에서 출간한 WWF 매거진의 창간호. 출간된 시기는 1991년 5월이지만 이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5월호라는 것을 명기하지 않고 제 몇 호의 형식으로만 표시하였다. '라우디 로디 파이퍼'의 인터뷰를 '로디 로디 퍼펙트'라고 표기한 것을 보면 당시 근무하셨던 분들 혹은 번역하신 분이 레슬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그저 업무의 하나로서 매거진을 번역한 것이 아닌가 한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있을 수가 없는 실수이기 때문에.

창간호를 만드셨던 분들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계실까나. 여튼 29년의 세월동안 별다른 풍파없이 비교적 양호하게 살아남아 있다.

레슬메니아 7의 결과가 주된 내용. 하이라이트 경기는 단연 '마초킹 랜디 새비지'와 '얼티밋 워리어' 커리어 엔딩 매치

 

제이크 로버츠의 데미안이 어스퀘이크에게 짜붕되어 돌아가신...

 

요트 사고로 나가리됐던 브루터스 비프케익의 복귀와 섬머 슬램 분위기 띄우는 기사들이 대부분

 

본격 시드 저스티스 띄우기와 마초맨의 결혼 이벤트

 

랜디와 리즈의 러브스토리. 이때의 리즈는 31세. 제이크 로버츠는 슬슬 악역으로

 

릭 플레어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 자칭 세계 챔피언이라며 '어그로'를..

 

랜디 리즈 커플에게 깽판 놓은 제이크 로버츠와 시드 저스티스의 대립, 릭 플레어와 파이퍼의 대립이 주 내용

 

랜디와 제이크 본격 대립, 서전 슬로터의 선역 전환, 브렛 하트의 인터콘티넨탈 타이틀 나가리 직전, 디몰리션 스매쉬는 리포맨으로 나가리

 

화요일의 텍사스와 서바이버 시리즈의 결과. 91년의 서바이버 시리즈는 찰지게 맞아주는 릭 플레어와 테드 디비아시가 한 팀이어서 볼 만했다.

WWF KOREA의 이름으로 출간된 WWF 매거진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후 다른 곳에서 세 권이 더 출판되고 이후로 한국에서 WWF 매거진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정기독자 330명 추첨이라는데... 이후로 두 권밖에 안나왔...

 

브렛 하트의 시대 개막. 이 때만 해도 브렛과 숀은 사이 좋았을 걸?

 

미스터 퍼펙트의 선역 전환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WWF 매거진은 쫑

1호 후기에 본사와의 접촉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미국 WWF와 정식 계약을 맺고 발간한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특히 WWF KOREA의 경우는 매거진 내부에서 광고하는 각종 티셔츠나 모자 등을 판매했었는데 그 조악함이 말도 못할 지경이었던 것으로 봐서 좀 의심스럽긴 한데... 그래도 빅 보스맨 모자와 하트 파운데이션 민소매티는 봐줄 만했다.

지금은 비교적 용이하게 WWE의 영상들을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보게 되는 것은 과거의 영상이지 지금의 영상은 아닌데 내 또래의 레슬링 팬들의 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까한다. 정말 길게 잡아야 에티튜드 시대가 마지막이 아니었나 한다. 그 뒤로는 재미가 없다가 먼저라기 보다는 먹고 살기 바빠지고 자주 보지 못하니 새 레슬러가 나와도 감정이입도 잘 안되고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만한 시간도 부족해서 그런 이유로 재미를 못 느껴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 인생에서의 프로레슬링도 이 매거진 끝날 때 즈음해서 시간이 멈춰서 박제가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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