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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

세운상가 (2008년 1월 8일)

by viperHBK 2019. 5. 29.

예전에 MS에서 스페이스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할 때(지금은 WORDPRESS로 넘겨버렸고 관리 거의 안하다가 지금은 비공개로 닫아버렸다) 작성했었던 것인데 다시 올려본다. 세운상가 철거 이야기가 나올 때 즈음하여 무언가 남겨놓고 싶어서 친구와 같이 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종로 주차장에 차 세우고 나와서 바라본 건너편의 세운상가. 지금은 사라져서 공원이 되어 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이렇게 광고를 하지 않지. 
40년 전통, 세운상가.. 철거되지 않는다는데 결국 이 건물만 철거되었다.
입구. 내 얼굴엔 자폭 테러.
당시 2층 입구
3층 입구. 문닫은 곳이 많았고 실제로 돌아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4층. 8BIT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을 즐겼던 상당수의 사람들 중 이곳에 드나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복도를 보면 알겠지만 당시에도 거의 뭐...
80년대 후반까지 이 자리는 '게임전문점'(이후 '모든소프트'로 개명)이 있던 자리다. 그날 몇 안되는 문을 연 곳이었다.
'게임전문점'이 있던 곳에서 옆 건물로 넘어오면 바로 보이는 곳. 이곳은 서적을 팔던 곳이다. MSX 매거진이나 MSX팬을 여기에서 볼 수 있었다.
서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왼쪽 복도이다. 눈앞에 보이는 성도전자를 보면 나 422라고 되어 있지만 기실 이 라인은 마열이었다. 그리고 이 라인에는 그 유명했던 프로소프트 (마열 432호)가 있었다.  
처절하게 나동그라져 있는 박스들. 저렇게 널부러진지 얼마나 되었을까? 사진 안에 들어오는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4층 반대쪽 끝에서 찍은 사진이다. 금연 안내판 뒷쪽에 있는 나라전자의 자리에는 아프로만이 있었다. 이곳에서 kb 게임(우리는 그때 킬로게임 내지는 일반게임이라고 불렀다)을 여럿 카피해 갔던 기억이 있다. 게임 당 1000원. 그러고 보면 메가게임은 대부분이 2000원이었고 디스크전용게임은 장당 3000 원 내지는 4000원…. 지금으로 보면 그야말로 한끼 밥값이 될까 말까한 돈이지만 당시의 학생으로서는 ‘모아야 하는’ 돈이었다. 그리고 일본어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무식하게 부딪혀 가며 게임을 풀어나갔던 그런 시절이었다. 앞쪽의 나라전자는 바이트슈퍼라는 상점이 있던 자리이다. 이 상점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상점은 소프트웨어를 주로 취급하던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상점을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내 소유의 최초의 컴퓨터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은 곳은 6층. 5층 이상은 소위 아파트다. 그렇다곤 하지만 당시의 이곳의 용도는 상점의 AS센터 라든가 창고 혹은 사무실의 역할이 아니었나 한다. 실제로 나는 프로스틱의 수리를 위해 이곳 7층에 있었 던 프로소프트의 AS센터를 두 어번 방문한 적이 있다.  어둡다… 분위기는 을씨년 그 자체. 몇몇 곳에서 TV를 시청하는 소리는 들렸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가 올려다 보고 있는 곳이 7층이다. 대략 처음으로 보이는 현관 즈음이 프로소프트의 AS센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761호였는데 올라가서 확인하지는 않았다.
내려가는 계단 사이로 비친 건물 하나….
임대문의라는 광고 글이 보인다. 누가 임대받으러 올 것인가.
이 자리는 4층 반대쪽 계단을 이용해서 3층으로 내려오면 볼 수 있던 출구이다.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 꽤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역시나 폐허가 되었지만 그림을 팔던 상점은 여전히 있었고, 20년전 그 시절엔 이곳에 서 갖가지 게임롬팩을 판매했다. 바로 그…. 샛길이다.
여러 그림들.
샛길을 나와 찍은 대림상가이다. 당초엔 대림상가까지 들를 생각이었지만 그다지 다니던 곳이 아니라서  포기했다. 주차요금문제도 있었고.. 지금 사진을 찍은 곳에서 사진을 여러 장 박을 생각이었는데 불철주야 관리에 힘쓰시는 우리 수위님께서 이유불문제지 신공을 발휘하시는 바람에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모니터 수리가 필요한 분들과 가정용 아케이드 머신에 대한 수요가 있으신 분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으로 변모했달까?
왼쪽엔 삼성컴퓨터 취급점.. 그리고 너무도 오랜만인 삼성의 옛 마크가 하단의 빨간 부분에 찍혀 있다.  오른쪽엔 대우 컴퓨터 전문점.. 저때만 해도 대우 그럭저럭 잘 나가지 않았나? 대우 컴퓨터 전문점이라는 글자 위엔 빛반사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대우 아이큐 슈퍼’라는 글자가 있다. 
이때만 해도 김아중 젊었지...
4층의 마지막 복도.. 이 라인엔 크로바의 직영점인 MSX랜드(바열 406호)가 있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국내 MSX소프트, 주변기기의 대부였다고 할 만한 재미나의 직영매장도 이 라인에 있었던 것 같다. 화면 끝에 보이는 사람 둘이 이날 유일하게 본, 근무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외국인이었다.
이것도 어느덧 11년전의 자취..
이 골목은 언젠가 일제 MSX 디스크 드라이브 벨트의 대체품을 구하려고 벨트를 뒤지다가 들어가게 된  곳이다. 지금은 앞부분이 날아가면서 모양새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젠 사라진, 너무나도 허름한 세운상가의 뒷모습.
세운상가에 대한 추억을 말하면 컴퓨터와 게임을 말하지만 하나가 더 있었다. ‘좋은 거 있어요’(...) 20년 전 이 계단을 올라가면 어김없이 아저씨들이 ‘좋은 거 있어요’ 하면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닥치는대로 붙잡아서 귀찮게 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그 구라를 믿고 침흘리면서 구입을 하기도 했었다는 것 같다. 부모님이 모두 집을 비우시는 날을 기다려 쿵쾅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누르는 플레이 버튼… 테이프의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나온 영상은 스포츠 영상이었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절규했던 슬픈 청소년들이 많았다던가?
계단을 올라와 찍은 사진이다. 서울 중심부엔 아직도 이런 곳이 존재하고 있다. 이 서울 하늘 아래 오직 이곳 만이 시간이 멈춘 듯 하다.
지금은 CCTV를 주로 취급하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어김없이 ‘그’ 비디오를 판다는 영업사원 분들의 홈구장 이었다. 먼 곳 우측에 보이는 가건물 라인에선 주로 메가드라이브나 페미컴의 게임을 취급했던 것으로 기 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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