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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흔적이 사라진다는 것(난곡종합시장, 박문미술학원, 삐삐오락실)

by viperHBK 2021. 9. 30.

살면서 잠깐씩 벗어난 적이 있긴 했지만 나는 대부분의 삶을 서울 신림동의 난곡에서 살았으며 지금도 내 대부분의 어린이,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곳의 영역에서 살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난날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씁쓸함을 종종 느끼게 되는데 며칠 전 병원 때문에 세이브 내과를 방문했다가 약받아 나오면서 다음의 광경을 보게 된다.

사진의 철거된 건물 지하에는 1980~90년대에 삐삐오락실이 있던 건물이다. 물론 더 오래 전에는 그 건물에 명산약국도 있었고 1980년에는 '임*화'(물론 이 친구는 지금 내가 누군지 알 턱이 없다. 바로 사진 왼쪽의 세이브 마트의 정육점 자리엔 난곡 종합 시장(세이브마트 전신)과는 별개의 건물이 있었고 그 옥상에 '박문미술학원'이라는 유치원이 있었는데 그곳을 같이 다닌 친구다)라는 친구의 과일 가게도 있었고...

내가 삐삐오락실을 처음 본 것은 1984년 즈음인데 그때의 위치는 그곳이 아니었다. 지금 새마을금고의 위치에 있었던 옛 건물 2층이었고 난곡 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으며 당시 난곡의 다른 오락실에는 없었던 코나미의 '하이퍼 올림픽'이 있어 무지하게 구경하러 다니던 기억이 있다.

몇 년 후에 사진의 철거된 건물 지하로 옮겼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난곡으로 돌아왔을 때는 파리만 날리다가 PC방으로 바뀌었다. 그뒤로는 거기에 뭐가 들어왔는지 본 기억이 없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쪽에는 삐삐오락실 외에도 지금의 파리바게트 자리에 쌍용 오락실(쌍용 오락실은 그 파리 바게트 자리에 오기 전에 난곡 종합시장 뒤편에 있었다. 정확한 위치는 현재 세이브마트 주차장 입구쯤이다)이 있었고 남강중고등학교 입구에는 맘모스 오락실이라는 만만치 않은 크기의 오락실이 또 있었다.(이곳 주인장님은 도깨비시장에서 변전소 쪽으로 조금 오다보면 있던 '미래 오락실'이 주인장이셨고 나름 착실하게 벌어 성공을 하셨는지 그리로 옮겼다) 조금 떨어진 미성동 동사무소 앞에 '뽀빠이 오락실'이 있었는데 거기 주인장님은 아저씨, 아주머니 할 것 없이 제한 점수 걸며 무조건 꺼버리는 지금 생각하면 미친 마인드로 운영을 했으며(제미니윙을 미국에서 공수해 왔다고 개사기를...) 그래도 돈을 벌었는지 건물 올리고 그 건물 지하에서 더 큰 규모로 운영을 이어 나갔다. 지금은 그 건물마저도 사리지고 없다.

삐삐오락실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1,2편 로보레스 2001, 중화대선, 화격, 패들 매니아를 주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락실 자체는 없어졌어도 그래도 건물은 남아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이렇게 사라졌다.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가나보다. 그래도 사진 왼쪽의 내과 건물은 점포는 달라졌을지언정 내 어렸을 적 건물이기는 하다. 뭐 언젠간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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